미국 시장에 뛰어들고 나서 느낀 가장 큰 교훈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내 생각대로, 내 예측대로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을 예측할 능력도 없고, 그만큼 공부도 못했지만, 업종의 낙관적인 전망치와 종목의 성장성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는 외부적 요인이 존재한다. 특히, 이번 주는 수많은 외부적인 요인들로 인해서 미국 주식시장이 들썩들썩했다.
위 그림은 S&P500 지수 차트다.
거의 며칠 걸러 며칠, 초록색과 빨간색을 오갔다.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초록색이 상승이고, 빨간색이 하락을 의미한다.) 7월 29일부터 꾸준히 하락장을 이어오다가 8월 6일에는 잠깐 상승하고, 8월 9일을 기점으로 다시 상승분을 다 까먹을 정도로 하락했다. 그리고 13일 잠시 올랐다가 14일에는 다시 하락, 그리고 어제부터 이틀 동안은 다시 상승했다.
물론 이 차트는 S&P 500에 포함한 500여 개의 기업들의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평균치로, 실제로 일부 개별 종목에서는 이 차트보다 변동성이 크게 나타났다.
1. 이렇게 변동성이 컸던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요인은 트럼프의 말 한마디다.
미-중 무역전쟁에 관한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시장이 요동을 쳤다. 몇 달 동안이나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 하지 않겠다를 반복해왔고 그럴 때마다 세계 주식 시장은 엄청난 변동을 겪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번 주에는 노망난 노인네처럼 특히나 변덕을 부려왔다.
물론,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S&P 500에 포함된 거의 모든 기업들이 요동을 쳤다. 중국 시장에 상당히 의존하는 업종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업종도 많을 텐데 말이다. 즉, 불안감, 심리에 의해서 주식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이럴 때면, 애써 공부하고 들어갔던 미국 주식 자체에 회의감이 든다. 아무리 공부해서 업종과 종목을 선택하면 뭐할까. 트럼프 입김 한 번이면 휙 날아가버릴 종잇장에 불과한데.
두 번째 요인은 미국의 2년채와 10년채의 금리 역전이다. 장단기 금리역전(Yield curve inversion)이라고 부른다.
지금까지 3년채와 10년채의 금리 역전현상은 여러 번 관측되어 왔지만, 2년채 금리와 10년채 금리가 역전된 것은 2007년 이후로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주황색 그래프가 미국 2년채 금리이고, 보라색이 미국 10년채 금리다. 정상 상태라면 기간이 더 긴 것이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역전된다는 것은 단기간의 경제 불확실성도 높아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보통 장단기 금리 역전이 나타나고 2년 뒤에 경제 불황이 오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현상이 미국의 경제상황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사실은 미국의 소매시장은 호조를 나타내고 있으며, 경기 지표도 실적치를 상회하고 있다. 8월 소매업의 성장치는 0.7%로 예측치인 0.3%를 뛰어넘었다. 2019년 성장치는 3.3%에 달한다. 그만큼 미국 경제는 소비가 활성화되고 견고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장단기 금리역전도 미국 경제 자체가 부실해서라기 보다는 다른 외부 요인에 의해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주변국들은 현재 마이너스 금리인 상태이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처를 찾다보니 미국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그만큼 가격은 낮아졌다.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사실이긴 했지만, 이게 이만큼 시장에 큰 충격을 줄지는 몰랐다.
2. 미국 주식을 투자하는 자세
미국 시장에 뛰어들고 나서 느낀 두 번째 교훈은
"예측대로 되는 것은 없지만, 예측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부하고 또 공부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여러 외부 요인에 의한 변동들로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감은 있겠지만, 그럴수록 그 시장과 종목을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이 요인들에 무너질 기업이면 손절하는 게 맞고, 이런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불안감을 이겨내고 끝까지 보유 혹은 추가 매수해야 한다.
공부만이 폭락장 속에서도 기다릴 수 있는 자신감을 부여하고, 투자 전쟁터에서 나를 승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주식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선택한 것은 미국 경제 전반과 기업의 펀더멘탈에 대한 이해다. 그리고, 허접한(?) 단기 분석을 하고 있는 뉴스나 커뮤니티 정보는 과감하게 거르고 있다.
국내 경제뉴스는 쓰레기에 가깝다. 위는 조선비즈의 기사인데, 환율에 대한 분석이 평범한 일반인 수준이나 그 이하다. 물론, 다른 신문사의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8월 14일 16시 기사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현지시간, 8월 13일 오전 6시에 나타난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못했다.
항상 그렇다. 국내 경제뉴스는 미국의 전문가들의 의견이 발표된 뒤 보통 수시간이나 심할 경우 며칠 뒤에나 기사가 뜬다. 미국 주식에서 15분 지연시세를 보는 것도 손해가 막심한데, 1~2일이 지연된 정보는 쓰레기에 불과하다. 심지어... 이 쓰레기들 조차도 부정확하다.
주식 커뮤니티의 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기자들 수준보다 나은 글들은 훨씬 많다.
장기적으로 주식을 갖고 있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공부법이 필요한 것 같다.
투자 전문가들의 투자 방법과 전략들에 대한 공부도 좋다. 또 경제학 비전공자들은 경제를 먼저 해두는 것도 추천한다. 특히나 금리, 인플레이션, 양적완화 등 각국의 통화 정책과 그에 따른 경제 변동에 대해 공부는 투자에 상당히 도움을 준다. 그리고 미국 주식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전문가보다 미국 투자전문가가 분석한 다양한 경제 전망치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1. 가치 투자의 정석: 벤자민 그레이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1355999
2. 금리, 인플레이션 돈의 흐름이 보이는: 돈의 역사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796960
3. 미국 투자전문가의 전망치 확인: Market Watch
물론, 각자 생각하는 미국 주식 공부법은 다양할 것이다. 또, 미국 주식과 환율에 영향을 주는 수천, 수만 가지 요인이 존재한다. 이 모든 것들을 공부할 수도 없고, 예측할 수도 없다.
다시 언급하지만,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역사가 증명했듯이 건실한 국가 건실한 기업은 수백, 수천번의 하락 속에서도 결국 우상향 한다. 하지만, 미국 경제와 특정 기업에 공부, 확신만이 여러 풍파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감을 줄 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1950년부터 시작한 S&P500 지수의 그래프다. 처음보다 30배나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