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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

페미니즘으로 본 디즈니 토이스토리4와 알라딘

REAL LEE 2019. 7. 5.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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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미니즘을 옹호한다. 그렇다고 남혐과 여혐의 대립구도를 만드는 극단적인 페미니스트까지 지지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여성이 차별받고 각종 혜택에 사각지대, 혹은 벼랑 끝에 그들이 놓인 이유는 지금 우리 눈 앞에 있는 남성들 때문이 아니라, 수백 년 동안 축적되어 온 우리나라의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가치관)과 기득권을 누려온 남성들의 쓸모없는 '마초이즘: 남성우월주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극단적 페미니스트는 잘 못된 곳으로 화살을 겨누며 지금 눈 앞의 똑같이 힘 없고 나약한 남성들을 공격해서 여성의 우월함을 느껴보려 한다. 누군가를 공격하고 깎아 내리는 것만으로는 절대 그 위에 올라설 수 없다. 오히려 이번 디즈니 작품에 페미니즘 요소를 입힌 것 같이 작은 울림이 더 큰 효과가 있고 생각한다. 

내겐 2살 터울의 누나가 있다. 어렸을 때 명절마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 내려가면 언제나 몰래 내 주머니에 많은 돈을 쑤셔 넣어주셨던 할아버지를 보면서, 단순히 '내가 공부를 더 잘해서, 키가 커서, 할아버지가 나를 더 예뻐하시나?'라고 생각했지만,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당시 할아버지가 장남인 나에게 조금이라도 많은 돈을 주시려 했던 이유를 알게 됐다. 

중학교에도 여학생에 대한 공공연한 차별이 존재했다. 당시 회장선거에 남학생과 여학생이 나왔는데 선생님들의 암묵적인 의견은 남학생이 전교 회장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큰 표 차이로 그 남학생이 당당히(?) 당선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여자들은 태어나면서부터 평생 불이익을 안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을 때에는 그 차별이 더욱더 무겁게 다가왔다. 어쩌면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혜택들의 대부분은 남성우월주의 속에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가진 탓인지 최근 디즈니의 영화가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전통 디즈니와 다른 해석들과 페미니즘적 요소들이 포함된 신작들은 나에게 더 큰 울림과 감동을 주었다. 남성들이 적들을 무찌르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쾌감과 즐거움을 줬다. 그리고 이런 디즈니 영화를 보고 자란 여자 어린이들은 내가 중학교 때 느꼈던 여성에 대한 작은 연민과 슬픔을 받고 살지 않아도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 알라딘: 운명을 거부하고 인생을 개척하는 자스민 공주

 

이번에 개봉한 실사판 '알라딘'은 제목을 잘 못 지었다. 제목은 알라딘이지만 정작 알라딘은 활약을 못 했다. 오히려 나머지 캐릭터, 특히 자스민이 하드 캐리 하면서 더욱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 냈다. 그래서 '자스민과 지니' 혹은 '자스민과 마법의 양탄자'라고 지어야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그만큼 남성, 알라딘의 비중은 줄어들고 반대로 여성, 자스민의 비중은 대폭 늘어났다. 

실사판 자스민 공주는 더 이상 수동적이고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캐릭터가 아니다. 또 단순히 알라딘의 조력자로만 그려지지 않았다. 얽매인 왕궁에서 벗어나 백성들의 시각에서 그들을 다스리는 현명한 공주이자 덜떨어진 주변 나라 왕자들을 휘어잡을 수 있는 카리스마까지 갖춘 공주가 됐다. 이런 진취적인 자스민 캐릭터에 입혀진 새로운 테마곡 'SPEACHLESS'는 모든 관람객들에게 감동과 큰 울림을 주었다. 

사실 알라딘 대표 OST, 'A WHOLE NEW WORLD'는 디즈니의 OST 곡 중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아 온 곡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새로운 테마 'SPEACHLESS'가 삽입되면서 BEST OST의 판도가 조금 바뀔 것 같다. 

 

2. 토이스토리4: 치마를 벗고 자신의 인생을 찾은 보핍

토이스토리는 남성성이 강한 디즈니 영화 중 하나였다. 앤디(ANDY)라는 남자아이가 갖고 노는 남자 캐릭터, 우디와 버즈가 사건을 해결하고 여성 캐릭터 '보핍'은 단순히 이런 마초적인 남성에게 반하는 수동적인 여성에 불과했다. 다른 여성 캐릭터, 포테이토 부인이나 제시도 큰 활약이나 비중은 없었다. 뭐 나머지 중성 캐릭터들은 우디와 버즈의 조력자 수준 정도는 됐다.

그러나 이번 토이스토리4에서는 '남성, 우디와 버즈'가 해결하지 못한 사건을 '여성, 보핍'이 나서 해결한다. 보핍은 주인의 손에서 다른 곳에 팔려갔지만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고 자신의 삶을 살게 됐다. 영화의 처음에는 우디가 보핍을 구출할 것처럼 시작하지만 오히려 보핍이 우디를 구출하며 극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리고 의상도 파격적으로 과거 입고 있던 핑크색 치마를 벗어 던지고 활동적인 파란색 바지 입어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능력 있는 여성으로 그려졌다.

사실 토이스토리3까지의 보핍은 비중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팔려가 안보이기도 했던 이 캐릭터를 이렇게 매력적인 여성으로 재탄생시킨 디즈니의 아이디어가 정말 놀라웠다. 그리고 먼 이야기이지만 앞으로 태어날 나의 아이들이 남자 인형들만의 활약이 아닌 여자 인형들의 활약을 볼 수 있게 해 줘서 정말 고마웠다. 

 


디즈니는 문화를 판매한다. 그리고 영화 곳곳에 페미니즘적 요소를 입히며 여성들의 권익 신장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런 디즈니의 정신과 그 매력 때문에 디즈니의 주식을 계속해서 모으고 있다. 우리가 어릴적 봤던 디즈니 만화에서의 여성 캐릭터는 단순히 왕자의 도움을 기다리는 공주에 불과했지만 지금의 여성 캐릭터는 오히려 스토리를 주도한다.

이런 디즈니 영화를 보고 자란 아이들은 더 이상 여성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있는 불이익에 대해서 묵인하지 않고, 완전히 차별이 해소된 사회에서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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